영국성공회가 지난달 21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웨스터민스터사원 콘퍼런스 센터에서 총회를 열고 있는 모습. 처치오브잉글랜드 유튜브 캡처영국(England) 성공회가 일요일 예배 의무 규정을 400년 만에 폐지했다. 지난달 21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에서 열린 영국성공회 총회에서는 모든 교회에서 주일 성찬례가 이뤄져야 한다는 의무사항을 완화하는 결의가 이뤄졌다. 앞으로 사제들은 자신이 맡은 모든 교회가 아닌 한 곳 이상의 교회에서 주일 성찬례를 하면 된다.
이는 최근 성직자와 성도 수가 줄어들며 성직자 한 명이 많게는 10곳 넘는 교회를 담당하는 일이 생겨났기 때문이다. 수정안은 주교와 성직자 등 230명으로부터 찬성표를 받았다. 평신도 2명만이 반대표를 던졌다.
양권석 성공회대(성서해석학) 교수는 3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1990년대부터 영국 링컨과 우스터 지역은 이미 성직자 한 명이 10여 곳 지교회의 절반은 일요일에, 절반은 토요일에 성찬례를 집전하고 있었다”며 “물리적으로 주일 예배를 못 드리는 경우에 맞춰 교회법을 현실화시킨 것”이라고 설명했다.
1604년 영국 성공회의 ‘캐논법(1604 Canons·교회법)’ 13조에 “영국 교회의 모든 구성원은 일요일을 주일로 지켜야 한다”는 조항이 생겨난 이래로 415년 만에 의무 규정이 완화된 셈이다. 규정 완화를 제안한 피트 브로드벤트 영국 윌레스덴 주교는 “이번 변화는 사제들을 정직한 사람으로 만들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양 교수는 “이 개정으로 주일성수가 무너진 것은 절대 아니다”라고 못 박았다. 다만 양 교수는 “한국에서도 직장생활 등으로 주일예배를 드리지 못하는 이가 있어서 평일 직장 교회도 생겨나고 있다”며 “예배 일정을 현실 상황에 맞춰 유연하게 해야 한다는 법 개정으로 봐야 한다. 신자들은 일주일에 한 번은 반드시 예배를 드려야 한다”고 권했다.
양 교수는 “영국에선 18세기까지만 하더라도 출생 신고를 교회에서 할 만큼 교회는 행정 조직으로 작동했다”며 “해외 언론에서도 이번 개정을 의미 있게 다루는 이유 역시 영국 대중의 삶이 교회에 맞춰져 있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이번 개정으로 평신도 사역이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김기석 성공회대 총장은 “한때 강화도에는 사제 2명에 교회가 34곳이 있었다”며 “그 중 오늘날까지 남아있는 12곳 교회의 특징은 성도들이 사제가 없더라도 성찬을 나누며 예배를 드렸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 개정으로 교회에서의 평신도 참가를 확대하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출처] - 국민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