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주간 우리는 생명의 빵에 대한 복음을 들었습니다. 그리고 오늘 복음은 사마리아 여인 이야기를 전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이야기는 생명의 빵에 대한 이야기 전개와 비슷한 부분이 많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사마리아 여인에게 “영원히 목마르지 않을 물”을 약속하십니다. 예수님께서는 자신에게 모여든 유대인들에게도 역시“영원히 배고프지도 목마르지도 않을 양식”을 약속하십니다. 또한 그분께서는 당신 약속에 대한 믿음을 더해주고자 여인에게는 그녀의 어두운 과거를 맞추는 기적을, 유대인들에게는 오천 명을 먹이는 기적을 보여주십니다. 이렇듯 예수님께서는 똑같은 것을 똑같은 방식으로 전해주었습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 결과는 너무도 다릅니다. 사마리아 여인은 예수님의 약속을 믿음으로써 영원한 생명을 얻었으며, 자신의 이웃들에게 복음을 전하여 그들을 구원으로 이끄는 영광마저 차지했습니다. 그러나 유대인들은 예수님을 믿기는커녕 “요셉의 아들”이라는 이유로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신 분을 떠나고 맙니다.
분명 똑같은 약속을 듣고, 똑같이 기적을 체험하였음에도 왜 그 결과는 이렇게 다를까요? 그것은 바로 믿음에 있습니다. 예수님께서 영원한 생명을 위해 그들에게 요구한 것은 오직 믿음뿐이었습니다. 그런데 오천 명을 먹이는 전대미문의 기적을 체험한 유대인이 아니라 고작 과거를 맞추는 기적을 체험한 사마리아 여인에게 결실이 맺어진 것을 볼 때 믿음은 체험한 기적의 크기에 따라 좌우되는 것이 아님을 우리는 알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과연 믿음은 무엇에 좌우될까요? 그것은 바로 머리와 가슴의 차이입니다. 유대인들은 그분을 머리로 이해하고, 받아들이려 했기에 자신들의 상식을 벗어난 그분의 말씀에 발걸음을 돌렸습니다. 하지만 남들의 이목을 피해 대낮에야 우물을 찾을 수 있었던 소위“과거 있는 여자”인 그녀에게 예수님의 차별 없는 대화와 상처에 대한 공감 그리고 과분한 약속은 벅찬 희망이 되었고, 그녀가 예수님을 가슴으로 받아들일 수 있게 이끌어주었던 것입니다.
우리 주변에는 여전히 믿음 없이 홀로 이 변화 많은 세상을 버겁게 살아가는 이들이 많습니다. 이번 한 주간 그런 이들에게 복음 속 예수님처럼 가슴으로 다가가 벅찬 감동과 희망이라는 이름의 복음을 심어주는 것은 어떨까요?
✛사공병도(베드로)사제